친정엄마는 내가 뭔가 아쉬울 때 생각나는 것 같다.
엄마 돌아가신 지 6개월이 지났다. 돌아가시고 한동안은 멍하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적응하기가 힘들었다고 해야 할까? 결혼하고 엄마 가까이 20년 넘게 살았다. 함께 살지만 않았을 뿐 함께 사는 거나 다름없을 정도로 그렇게 지냈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 가까이에 나외에 다른 자식이 없으니 더더구나 나를 가까이에 두고 싶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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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살면서 엄마에게 이런저런 도움도 받기도 했지만 가끔 나는 멀리 이사 가고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돌아가실 즈음 형제들에게 속상한 마음이 쌓이고 쌓여 힘든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엄마를 보내며 그래도 엄마 가까이에 살아서 다행이구나 싶었다.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구나 엄마 돌아가셔도 후회가 많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나로 인해 엄마가 돌아가실 때즘 그나마 막내가 있어서 편하게 살다가 가신다는 말을 해주셨기 때문이다.
오늘 김치를 담갔다. 가을 무가 맛이 들어 김치를 담그면 맛있을 것 같아 5천 원주고 튼실한 무 6개를 사다 깍두기를 담갔다. 나는 음식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 살아계실 때에는 엄마가 김치를 담가 주셔서 내가 담글 일이 없었다. 돌아가시기 몇 달동 안 만 빼면 엄마는 막내딸을 위해 항상 이런저런 김치를 담가주셨다. 김치를 담그려고 하니 고춧가루가 부족했다. 생고추를 넉넉히 사 와서 그걸 갈아서 김치를 담갔다.
가을 고추는 매운맛이 강해서 그런지 고추를 갈았더니 매운 냄새 때문에 연신 기침이 나왔다. 엄마가 살아계실 적에 고춧가루가 떨어지면 엄마 집에서 가져오곤 했는데 이젠 내가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하나 둘 불편한 점들이 생기면 돌아가신 엄마가 더 생각난다. 내가 불효자일까? 맛있는 것 먹을 때는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뭔가 아쉬운 일이 생기면 친정 엄마가 생각나니 말이다. 친정엄마는 그런 존재일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아쉬운 상황이거나 유난히 마음이 지쳐있을 때 그럴 때 엄마가 생각난다.
내가 김치를 담그면 우리 애들은 잘 먹지 않는다. 그나마 아들은 먹는데 우리 딸은 거의 안 먹는다. 내가 담근 김치가 아직 깊은 맛이 나지 않으니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조금 서운하다.
딸이 나중에 결혼할 즈음엔 내 요리실력이 조금 나아져서 엄마 김치가 맛있다고 할까 모르겠다. 우리 딸도 내가 담가준 김치를 먹고 익숙해져 있다가 나중에 내가 저 세상으로 가면 지금의 나처럼 엄마의 빈자리를 그때에나 느끼지 않을까? 엄마가 담가준 김치나 엄마가 챙겨줬던 고춧가루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나를 기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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