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 강화, 시중 금리 인상, 집값 고점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거래가 끊기고 매물이 쌓이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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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수급 지수, 4월 이후 7개월 만에 100 이하 기록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수급 지수는 99.6을 기록했다. 매매 수급 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 4월 5일 96.1을 기록한 후 7개월 만이다. 이로써 7개월 만에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했다.
매매 수급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0~200) 한 수치다. 기준선인 100을 기점으로 0에 가까울수록 '팔 사람'이 많고, 200에 가까울수록 '살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역별 동향
주요 권역별로 보면 종로·중구 등이 포함된 도심권(103.4→103.5)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노원·도봉·강북구 등을 포함,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동북권은 101.0에서 99.4로 내렸다. 이 권역은 8월 첫째 주 매매 수급 지수가 113.2까지 치솟은 바 있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동남권(101.5→99.5)과 양천·강서·구로·동작구 등이 속한 서남권(100.9→99.7) 역시 기준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달 첫 주 100선 아래로 내려온 서북권(97.9→97.6)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권역에는 마포·서대문·은평구가 포함된다.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103.4→100.6)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경기는 104.3에서 100.6으로, 인천은 105.8에서 103.4로 각각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도 매수자 우위 시장 전환이 임박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8로, 지난해 11월 둘째 주(100.4) 이후 1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매물은 증가, 가격은 오락가락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조금씩 쌓이는 모습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4만 4687건으로 한 달 전 대비 6.7% 늘었다.
다만 서울 아파트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폭은 둔화됐지만 평균 변동률은 지난해 5월 말 이후 1년 6개월 가까이 매주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여전히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 84㎡(전용면적)는 지난달 26일 20억 원에 거래되며 한 달여 만에 1억 1000만 원이 올랐다.
반면 강북 지역에서는 하락 거래 사례가 잇따랐다. 노원구 상계주공 3단지58㎡는 지난달 10일 6억 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인 지난 4월 말(7억 8500만 원)보다 1억 8500만 원 하락했다. 도봉구 창동 쌍용 60㎡ 역시 지난달 1일 8억 900만 원에 거래돼 보름 만에 2000만 원이 떨어졌다.
매물 증가 원인
- 대출 규제 강화
- 시중 금리 인상
- 매수자들의 관망세
- 단기간 급등 피로감
- 고점에 다다랐다는 인식 팽배
정부는 올 하반기 들어 금융권의 가계부채 관리 고삐를 죄고 있다. 시중 은행의 잇따른 주택담보대출 중단, 대출 심사 강화 등으로 자금 마련의 벽이 높아지면서 집을 사려는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며 수요자들의 부담을 키웠다.
5대 시중은행 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6월 말 평균 2% 후반에서 지난달 말 기준 3% 중반까지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내 5%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출받아 집을 사기 어려워진 셈이다.
여기에 2018년 이후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고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데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면서 일단 기다려보자는 심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전망
정부는 이런 분위기 속에 '집값 하락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MBC '뉴스 외전'에 출연해 "(집을) 서둘러 사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면서 "확실히 안정세로 접어드는 길목으로 보이며,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쪽으로 하방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다양한 지표와 통계를 종합했을 때 그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견인하던 불안 심리에 상당한 변화가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당분간은 종부세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거래가 주춤한 가운데서도, 집주인들이 대선을 바라보고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면서 매도·매수자 간 줄다리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 연구소장은 "최근 관망세 확대와 거래 감소, 가격 상승 속도 둔화 등이 나타나고 있으나, 대선과 새 정부의 규제완화, 개발효과, 연초 대출 총량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면서 "매도 관망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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